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며(퀘이커 서울모임 030316)

 

 

누가, 어떻게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가?

-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며 -

종교친우회(Quakers) 서울모임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명백히 반대합니다. 이 침공은 양국간에 전쟁을 야기하고 이라크 지역에 심각한 고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구촌 전체를 망가뜨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입장표명이 미국 정부의 이라크 침공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을 만치 순진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이번 전쟁이 - 다른 모든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 이라크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 얼마나 크나큰 고통과 피해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알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이번 침공은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증오심은 모든 면에서 우선 이라크와 미국의 병사들 사이에 생길 것입니다. 또한 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부상과 인명 손실에 대하여 비난을 받게 될 기타 제3의 국가들간의 승자와 패자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하려 할 것입니다. 전쟁은 여러 세대에 걸쳐 새로운 적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라크에 지금과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의 지구가 무척 좁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보복은 아마도 대륙과 대륙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보복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이번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연령과 역할에 관계없이 불구가 되거나 죽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한 사회의 물리적 정신적 기반을 심각하게 파괴함으로써 전쟁 중에는 물론이요 파괴된 사회를 재건할 때에도 무고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겨 줄뿐만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 불을 보듯 합니다.

셋째로 이번 전쟁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환경 파괴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라크 국경 내부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양한 전쟁무기에 의한 폭격과 폭파, 유독성 물질, 화학 가스, 수많은 군인들이 쏟아놓을 전쟁폐기물, 그리고 유전 방화의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환경적 충격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규모가 될 것입니다.

넷째로 이번 전쟁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 비용은 이미 지구적인 규모로 체감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희생은 전쟁 중은 물론 전쟁 후에도 엄청나게 증폭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동일한 액수의 돈으로 어떤 것을 사는 대신 다른 것을 구입할 때 “기회비용”이라는 말을 씁니다. 전쟁 무기의 기회비용은 식량, 학교, 병원 등입니다.

2002년 12월 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득력 있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2001년 1월, 2002년부터 2011년까지의 초과 예산 누적금액이 총 5조6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신기루 같은 회계에 근거해서 거대한 감세 조치가 통과되었다. 금년 3월에는 추정치 5조6천억 달러가 1조7천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8월에는 유감스럽게도 겨우 10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조차도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그 정도의 비용을 들여 기타 식량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 등을 교환하는 일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경제 구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로 우리는 젊음을 양도함으로써 방황하게 될 세대들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현 세대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들의 남은 생애 내내 자신들의 젊음을 희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젊은이들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낙오하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결과는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그리고 1960년대의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것만큼이나 클 것입니다.

여섯째로 이번 전쟁은 결코 모든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전쟁일 수 없습니다. 이번 전쟁은, 관점을 달리하여 테러와의 전쟁 혹은 자유를 위한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인 더 크고 새로운 유형의 전쟁행위의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위의 다섯 가지는 관점을 달리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그렇게됨으로써,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그만큼 더 쉽게 발생할 것입니다.

이상의 모든 위험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전쟁을 감행하려는 이유가 다름 아닌 지구촌 여러 나라의 불량 통치자들 가운데 단 한 사람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는 전쟁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일 외에 달리 선택의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항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습니다. 도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모든 정부와 기타 다른 실체들이 그러한 전지구적인 광기를 더 이상 지원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직접적이고도 비폭력적인 행동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유력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 그러한 무모한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항하는 연대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입니다.

2003년 3월 1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