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30호] 2008년 04월 08일 (화) 14:19:49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9
전국의 산비탈을 골프장으로 만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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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골프장 카드’를 빼들었다. 참여정부도 같은 명분을 내세웠지만 해외 골프 여행객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또 골프장 수를 늘리려는 속셈을 알아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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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골프장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150억 달러에 이르는 여행수지 적자를 축소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골프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일본까지 가서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다는데, 국내에서 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한마디하자, 정부 부처는 기다렸다는 듯 골프장 확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통령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골프장 공급을 늘리고 골프 치는 비용을 낮추는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해외 골프 여행객을 줄이기 위해서는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 규제를 완화해 골프장 건립을 더 늘리고, 특소세와 재산세 같은 세제도 손을 봐서 골프 치는 비용을 줄일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골프장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는 심심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이유는 때마다, 부처마다 달랐다. 문화관광부는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건교부는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경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골프장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2004년 8월에는 전국에 골프장 250개를 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골프장 경기부양론’까지 내놓았다. 일련의 정책안은 제목만 다를 뿐 모두 골프장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국내 골프장 늘리기 또는 활성화 카드였다. 그 결과 2004년 당시 264개(미착공 골프장까지 합해)였던 골프장은 2008년 현재 402개(미착공 골프장 포함)까지 늘었다. 골프장이 52%가량 증가한 셈이다. 골프장이 늘어난 만큼 해외 골프 여행객이 감소했을까. 해외 골프 여행객은 오히려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4년 49만명이었던 해외 골프 여행객은 2007년 125만명으로 늘었다(42쪽 표 참조). 3년 만에 155%나 증가한 것이다. 해외 골프 여행객이 증가할수록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는 한국에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300만명가량 된다고 추산한다. 이 가운데 지난 한해 동안 해외 골프 여행을 떠났던 이는 125만명. 지난해 재경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골프 여행객 1인당 1862달러를 쓰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 한 해 해외 골프 여행객이 지출한 돈을 계산하면 23억2750만 달러(약 2조3135억원)에 이른다. 여행수지 적자의 15%가량이 해외 골프 여행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고 해외 골프 여행객을 유턴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기는 한 상황이다. 골프장 확대론은 정부의 단골 메뉴 문제는 방법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미 골프장 공급 확대와 골프장 이용료 인하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도 정부와 비슷한 판단을 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세제를 인하하면 골프장 이용료를 5만원 정도 낮출 수 있다. 그만큼만 낮춰도 해외로 골프 치러 나가는 사람을 돌려세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골프장에 부과된 특별소비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따위를 모두 합하면 세금이 매출액의 41.9%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제를 완화해주지 않으면 골프장 이용료를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주장한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하면 인하 폭만큼 골프장 이용료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정부에서 분석한 것처럼, 국내에서 골프를 치려면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골프장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는 물론 일본과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장 이용료는 일본보다도 비싸다. 숙박비와 항공료를 포함한 일본 골프 여행 총경비(2박3일 기준 82만원)와 제주 골프 여행 총경비(86만5000원)를 비교해보면, 제주도가 더 비싸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들지 않는 한국 수도권의 골프 비용(82만5000원)도 일본 골프 여행 경비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으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경비(43만5000원)의 두 배 가까이 된다(왼쪽 아래 표 참조). 일본 골프 여행을 애용하는 한 골퍼는 “비용만 따져도 제주도보다 일본으로 가는 것이 낫고, 일본에서는 기분 좋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니다. 제주도나 국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오면 ‘날강도’에게 당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캐디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카트를 이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음료수도 자판기에서 빼 먹으면 되기 때문에 부가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골프장은 이용료도 비싸면서 캐디나 카트를 반드시 이용해야 하고, 음료수 한 병에도 1만원을 받는 등 바가지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주장처럼 골프장 세제를 완화하면 한국 골프장도 이용료를 내려서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 공급을 늘리고 이용료를 내린다고 해서 해외 골프 여행객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일부 전문가는 오히려 골프 인구가 확대되어 해외 골프 여행객이 더 크게 증가하리라고 전망한다. 참여정부 시절, 골프장 규제 완화 정책을 검토했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권기태 팀장은 “골프장 확대 정책이 오히려 골프 인구를 늘린다. 국내에서 골프장을 싸게, 더 많이 공급하면 결국 골프 인구를 늘려 해외 골프 관광이 더 늘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권기태 팀장은 많은 사람이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절 탓’이라고 덧붙였다. 골프백 반출 현황을 분석해보면 해외 골프 여행객의 60%가 11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겨울철에 골프를 칠 수 없으니까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해외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밤 문화 즐기러 해외 골프 간다” 여행업계에서도 국내 골프장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외 골프 여행객을 줄어들게 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골프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기에 떠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외 골프 여행객의 상당수는 접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는데, 접대하는 이들로서는 국내에서 접대하는 것보다 폼 나고 비용도 엇비슷하기 때문에 해외 골프 여행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요즘은 가족 여행 코스로 골프 여행을 선택해 아버지는 골프를 치고, 어머니와 자녀들은 관광을 즐긴다고 한다. 해외 골프 여행의 경우 골프 외에 밤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뒤 제주도 골프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확 줄어든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골프만 치러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해외 골프 여행객이 증가하는 원인은 골프장 이용료 몇 만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행 인프라의 문제요, 일반 해외 여행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조차 골프장을 늘리고 골프 이용료만 내린다고 해서 해외 골프 여행객을 국내로 ‘유턴’시켜 여행수지 적자를 줄일 수 없음을 인정한다. 관계자는 “여행수지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관광 인프라 문제다. 제주도 골프장이 어려운 이유도 문화·볼거리·먹을거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 차원의 관광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골프장을 늘리고 이용료를 낮춰서라도 여행수지 적자를 조금이나마 줄여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골프장 공급 확대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골프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는 2004년 당시 일본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적정 골프장 수는 약 360개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골프 인구가 아무리 증가한다고 해도 전 국토의 0.4% 수준(362개)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이경재 교수(조경학)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생태 면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적정 골프장 수는 200개 정도면 충분하고,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250~300개면 적당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골프장이 환경에 미치는 폐해는 말할 것도 없으며(관련 기사 참조), 경제학적으로 따져봐도 한국 내 골프장이 지금처럼 400개가 넘는 것은 공급 과잉이라는 이야기다. 일본만 해도 골프장을 마구잡이로 늘리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골프장이 줄도산한 바 있다. “제주도 골프장 너무 많아 줄도산 위험” 제주도와 강원도, 전라도 권역의 골프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 이미 경영수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 육성을 위한 조세특례에 따라, 제주도의 골프장은 이미 상당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적잖은 골프장이 도산할 염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제주도는 지금 위험한 골프장이 많다. 줄도산 위험도 존재한다. 당장 올해도 위험하고 골프 인구가 정점에 이르는 2010년대 초반 이후에는 아주 위태롭다”라고 전망했다. 이미 회원권 시가가 가입가의 40%대인 곳도 있는데, 그런 회원권의 보증금 반납이 밀려오면 쓰러질 곳이 많다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권기태 팀장도 “골프장 수를 조절하지 않고 규제를 완화하는 경우 문제가 크다. 승인 이후 공사 지연이나 미착공에 의한 환경훼손, 도산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려다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전문가가 ‘골프장 확대 무용론’을 제기하는데도 정부가 틈만 나면 ‘골프장 카드’를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골프장이 주요 세수원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건설 경기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른 아이디어를 찾느라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당장의 이득만 고려할 경우,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참여정부 골프장 정책이었다. 새 정부는 ‘골프장 카드’를 다시 꺼내들기 전에 ‘역사’를 공부했는지 묻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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