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괴산군 자전거 대행진' 유감
사람은 참으로 묘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인데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꽤 오래전에 스치듯이 지나갔음에도 지금껏 생생하게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지요.
영화의 경우에도, 무수히 많은 영화를 보면서 이 시대까지 살아오건만 아주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는 몇편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네마천국'이라는 영화입니다.
'자전거'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마자 그 영화가 떠오르는 건 내게 있어 그 영화가 만들어준 추억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는 의미겠지요...
여하간, 그 영화에서 알프레도와 어린 꼬마 토토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데, '인간적인, 아주 인간적인' 얘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둘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그때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엔니오 모리꼬네의 Childhood And Manhood)과 더불어 내 가슴 깊이 남아있어서 나를 잔잔한 기억 속으로 흐르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전거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조금은 삭막한 얘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최근 괴산군에서는 "군민의 자전거타기 붐을 조성하여 도시교통난 완화, 환경오염방지 및 군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녹색 괴산군 자전거 대행진' 행사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기특한 아이디어입니다.
간만에 괴산군에서 제법 발랄한 생각을 했더군요.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우선, 그 의도가 이맹박 정부의 정체모를 "녹색 성장"(괴산군청의 말대로 하면, "저탄소 녹색성장 생활환경 창출을 위한 자전거타기 붐 조성")에 한몫 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죠.
성장일변도의 이 '토건국가'에서 '녹색 성장'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인지 의문이거든요...
또 하나는, 괴산군의 이율배반적인 정책에 있습니다.
괴산군청은 지난 2008년말에 소나무군을 만든답시고 자전거 도로를 비롯한 전 간선도로에다가 소나무를 심었습니다.
몇년전에 수천만원을 들여서 일부러 만든 자전거도로인데, 그 한 가운데에다 버젓이 나무를 심어서 자전거도로로서의 기능을 아예 죽여버렸습니다.
주민들이 그것을 지적하자 그 옆으로 다니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소리치다가, 방송사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말이 전혀 달라집니다.
돈을 새로 들여서 자전거도로를 보완하겠다고...
소나무를 심지않고 자전거도로로서의 기능을 처음부터 살려나갔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을 재정자립도 12%의 열악한 자치단체에서 또 수천만원씩 들여서 새롭게 보완공사를 한다는게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물론 이 일을 진두지휘하는 군수의 무모할 정도의 '의식없는 행태'가 더 딱하죠.
이참에 '시네마천국'을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인간미 넘치는 우정이야기를 가슴 깊이로 받아들이면서 말입니다.
다만, 괴산의 '자전거'는 잊고서....
'괴산 이야기 > 괴산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산의 선거가 끝난 후] 허황된 공약으로 당선되는 사람들 (0) | 2010.06.10 |
---|---|
길이 없어졌어요... (0) | 2009.05.01 |
브랜드의 차이? 실력의 차이? (0) | 2009.04.13 |
"뭐가 문제가 됩니까?" (0) | 2009.04.13 |
돈들인만큼 효과를 봐야지... (0) | 2009.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