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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의 선거가 끝난 후

- 허황된 공약으로 당선되는 사람들 -

 

 

사람이 자신의 버릇을 버린다는게 참으로 어려운 모양입니다. 비록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얼마간의 부끄러움은 있을텐데도 4년전에 써먹었던 선거방식을 올해에도 똑같이 사용함으로써 당선되니 말입니다. 어느 상조회사의 광고문구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풍토가 우리 안에 만연되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성숙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그 심각함을 지적하며 나아가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적습니다.

 

우선 그 정치인의 선거사무소에 걸려있던 현수막을 보겠습니다. 인구5만시대를 열어가겠노라는 그의 언사는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드는 괴산지역의 위기상황을 다독거리듯이 주민들 속에 기대감이 있는 작은 파문을 만들어냈습니다. 37,000명인 현재의 인구를 50,000명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주민들이 기대할만 했을 겁니다. 지역의 가장 아픈 곳을 선거에서 잇슈화 함으로써  누구보다 먼저 주민들의 마음을 끌어들인 것이죠.

 

그 잇슈는 거리현수막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공약이 실현가능하느냐 하는 점과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전히 실현불가능한 허황된 공약으로 주민들을 현혹시킨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는 3,000억원의 자금을 중앙에서 가져와서 발효식품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그것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하였었지요. 이것이 그때의 선거공보입니다.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의 그런 공약은 '묻지마 공약'이 되어 주민들로 하여금 한껏 기대감을 갖게 하였고, 중앙부처 과장, 그것도 청와대에 근무했었다는 경력과 함께 61.9%의 지지를 받아서 그를 여유있게 당선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취임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것은 그의 계획대로 되어나가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서 사업규모를 900여억원으로 줄여가더니 최근에는 335억9천만원으로 축소하여 추진한다고만 발표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금액가운데 189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하여 조달하려고 하였으나, 군의회 의원들이 승낙하지 않으니까 군의원들이 군정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비난만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빚'까지 내서 그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거죠....

 

이 문제는 이번 2010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선거쟁점이 되었습니다. 경쟁자의 선거공보에서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또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59.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말입니다. 허황된 공약이라도 당선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인구5만시대' 공약은 현수막에만 적혀있었을 뿐 그의 선거공보에서는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4년전에 발효산업단지라는 허황된 공약을 던짐으로써 받았던 부담감이 그런 꼼수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말과 현수막으로는 떠들되 선거공보에는 문서화하지 않는 영악함...

 

사실 이 인구5만시대를 열어간다는 슬로건은 이미 1년여전부터 군청 민원과 건물에 버젓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던 것이었죠...

 

찬찬히 따져봤습니다.

현재 우리 지역 인구가 37,000명인데 5년뒤에 50,000명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5년에 13,000명이 증가하여야 하므로 자연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일년에 약3,000명 정도씩 늘어나야하고, 매달 250명 정도의 인구가 전입되어야 합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그래서 이웃 충주시청 자료를 뒤져봤습니다. 2008년4월에 207,691명, 2009년4월에 208,850명, 2010년4월에 209,322명입니다. 인구 30만명 정도 되는 충주시의 한 해에 증가하는 인구가 각각 1159명, 472명 밖에 안됩니다. 이번에는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음성군의 경우도 알아봤습니다. 2006년5월에 86,416명, 2007년5월에 87,358명, 2008년5월에 89,118명, 2009년5월에 89,657명, 2010년5월에는 89,983명이었습니다. 5년 사이에 3,567명이 증가했습니다. 물론 농촌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일반적인 추세와는 달리 음성군의 인구가 증가하는 경향에 있지만 이곳도 그 정도의 추세에 머물고 있습니다.

 

충주나 음성과 비교하여 교통과 물류 여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 괴산의 입장에서는 기업유치로 인한 인구증가는 전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군청이 예측하는 학생중앙군사학교 관계자들의 전입도 고작 2,000명 정도에서 끝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될 뿐입니다. 매니페스토운동의 필요성이 절감되는 건 비단 저의 경우만은 아니겠지요... 지방자치의 정착에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저로서는 더더욱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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