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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람사르총회 무엇을 남겼나]③회의·행사 과정(경남도민일보081107)

by 마리산인1324 2009. 5. 11.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0495

 

 

환경보호 외치면서 실천은 없다
[람사르총회 무엇을 남겼나]③회의·행사 과정
2008년 11월 07일 (금) 이균석 기자 qpm@idomin.com
   
 
  지난 2일 오전 람사르총회 공식탐방코스로 창녕군 우포늪을 찾은 외국인들이 망원경을 통해 철새들을 관찰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람사르 총회에 참여한 당사국 대표들은 본회의, 부대행사, 심포지엄, 공식탐방 행사 등에 참여했다.

이들에게 소감을 물으면 대부분 '굿(good)'이나 '원더풀(wonderful)'이라고 대답했다. 적어도 당사국 대표들이 참여한 회의나 행사는 어떠한 오점도 없었다. 외국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했다.

◇이지(esay)한 총회 = 총회가 열린 창원컨벤션센터(CECO) 사업단 정인환 마케팅 팀장은 람사르 협약 사무국 직원들이 아주 편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정 팀장은 특히, 편하다는 뜻으로 '컴포터블(comfortable)'이 아닌 '이지(easy)'라는 표현을 썼다고 강조했다.

쓰레기분리·개인컵 활용 등 제대로 안 지켜져

이는 단순히 몸과 마음이 편한 게 아니라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일사천리로 업무가 진행됐다는 말이다.

사실 사무국은 회의 이외에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람사르 총회 기간 수많은 부분을 경남도와 창원시 공무원들이 달라붙어 해결해서다.

구체적으로 회의장 배치, 사무실 배치, 편의시설 배치는 물론 회의장 출퇴근마다 담당공무원이 있었다. 이들은 음향, 조명, 통역시설을 모두 유엔회의 수준으로 준비했다. 회의장에는 어디서나 고속 무선인터넷이 가능했다.

심지어 숙박업소에도 공무원이 나가 위생과 안전을 점검했다. 행사장 곳곳에 원두커피와 생수를 넉넉하게 준비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국정원 직원과 소방관, 경찰도 회의장에 상주하며 보안이나 안전점검을 철저히 했다.

여기에다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회의장 곳곳에 배치돼 전문적인 일에서 아주 간단한 일까지 당사국 대표들을 도왔다. 그야말로 회의장 화장실 구석구석까지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총회 마지막 날 역대 람사르 총회 중 가장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말이 자주 나왔는데 예의상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 협약 사무총장은 총회 총평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흡한 점은 찾기가 어려웠다. 어느 때보다 조직이 잘 된 회의였다."

◇8일간의 가면무도회 = 람사르 총회는 어디까지나 '공무원 회의'다. NGO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한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뜻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이들 공무원은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람사르 기획단은 개막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람사르총회는 환경총회라는 취지에 맞게 개인 컵 사용, 분리배출 시스템 구축, 친환경 수송수단 사용, 전자문서 활용 확대, 재활용제품과 환경 인증제품 이용, 탄소상쇄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 철저한 친환경적 국제행사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이 문구는 폐막 보도자료에 서술어를 "치러졌다"로 바꿔 그대로 실렸다.

하지만, 이들 중 탄소상쇄기금과 재활용 제품 사용 등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행사장에서 개인 컵을 쓰는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 전자문서 사용을 높이려 USB까지 제공했지만, 당사국 대표들은 1층 로비에 가득 쌓인 종이 회의 문서를 한 아름씩 안고 회의에 참석했다. 일부 부대회의장에서는 간식이 제공됐는데 그릇과 음식이 한꺼번에 버려지기도 했다.

탐방 간 습지에 관광객 몰려 철새 괴롭히기만

람사르 총회 '휴일'이었던 지난 2일 당사국 대표들은 모두 8개 코스로 나눠 생태 탐방을 떠났다. 이들이 본 것은 이미 잘 가꾸거나 보존이 잘 된 습지와 관광지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논 습지' 결의안 채택을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으면서도 이들에게 '제대로 된 논'을 보여주는 코스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당사국 대표들이 다닌 곳은 람사르 기간에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특히 주남저수지 같은 습지에는 지난 주말에만 최대 2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오히려 철새를 괴롭힌 셈이 됐다.

이를 본 한 환경단체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람사르 총회는 결국 8일간의 가면무도회다. 총회 기간에만 환경을 위하는 척하는 거다. 중요한 건 총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