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참혹한 4대강 파괴 현장을 가다 (녹색연합100309)
by 마리산인1324
2010. 3. 22.
<녹색연합> 2010-03-09 17:22
http://www.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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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여주일대를 둘러보았다. 정부가 4대강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진행하는 공사현장에는 살아있는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모든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처참한 살육의 현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넓이의 한강 바닥은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공사를 위한 기초 공사를 하면서 파낸 강 바닥은 생명체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다 끄집어 낸 듯한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 어디에도 강을 살리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맨 먼저 방문한 강천보의 모습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수백미터 규모의 강바닥 전체를 파내고 있었고 곳곳에 암반 폭파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현장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혹한 모습이었다. 준설을 위해 강바닥을 파내는 모습속에서 이것은 한강이 아니라 논바닥 같은 착각이 들 정도었다.
강천보 건설 현장에 들어서면서 눈에 들어온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한강"이란 현대 건설이 붙여놓은 입간판의 문구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고통받는 한강”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떤 생명을 깨우고 이 참담함 속에서 어떻게 사람과 자연이 함께할 수 있단 말인가? 현대건설 관계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자연은 생명이 살아숨쉬는 자연이 아니라 인공구조물만 입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강천보를 뒤로 하고 세계 유일의 단양쑥부쟁이(멸종위기종) 서식처인 바위늪구비 습지로 향했다. 이미 바위늪구비 습지는 불법적인 4대강 공사로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예상했던 대로 지난해 보았던 바위늪구비의 생기넘치는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살가죽이 벗겨진 동물의 시체처럼 습지 아닌 습지가 우리를 맞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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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되기전의 바위늪구비 습지 모습과 파괴된 바위늪구비 일원 습지 | |
어찌 이렇게 무지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제대로 학계에서 기록조차 하지 못한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습지(단양쑥부쟁이 서식처)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러고 4대강 사업이 강살리기 사업이라고 강변한다면 천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란 신경림 시인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이어서 찾은 여주보와 이포보의 참상도 다를 바 없었다. 여주보의 공사 기법은 강천보의 그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강을 파헤치고 생명을 몰아내거나 죽음으로 몰고가는 ‘강 죽이기 사업’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이포보의 경우는 방문객을 위한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방문을 완강하게 가로막으며 공사현장 출입을 방해했다. 대림건설 관계자들과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겨우 전망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얼마나 공사현장에 대한 자신이 없었으면 방문자를 쫒아내며 사진 촬영도 하지 못하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대강살리기사업’ 여주를 가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갖는 의미를 가슴으로부터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다. 바로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는 사실을!
이제 보다 못한 종교계가 4대강 사업 중단을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불교계가 대규모 심포지움을 열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 중단을 요구한데 이어 어제는 천주교 성직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심지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4대강을 지키고자 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지까지 천명했다.
오죽하면 종교계가 이런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천리를 거스르는 4대강 공사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글 :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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