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기농엑스포 유감
한달 이상 괴산군 여기저기에 나부끼고 있는 현수막입니다. 괴산군이 "세계유기농엑스포"를 2015년에 유치한다는 것으로 무지무지 축하한다는 내용입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괴산군청은 이런 식으로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습니다. 아마도 겉치레를 중시하는 군수가 그런 걸 꽤나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괴산군은 이 행사의 내용과 이 행사가 가져올 효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홍보하고 있습니다.
1. 세계유기농엑스포 개최 개요
○ 명칭 : ISOFAR 세계유기농엑스포 - 충북 괴산
○ 주최 : ISOFAR, 충청북도(괴산군)
○ 개최시기 : 2015. 9월 ~ 10월(30일간)
○ 장소 : 칠성면 율지리 산 15번지(유기농푸드밸리 조성단지 32만㎡)
○ 입장객 목표 : 100만명(외국인 5만명 / 50개국)
○ 주제 : “생태적 삶“ - ISOFAR가 괴산에서 시민을 만나다 -
- 부제 : 유기농 삶 실현을 위한 유기농 융복합 엑스포
○ 주요내용 : 13개 주제 전시관, 3개 특별관, 학술ㆍ문화행사, 400여개 부스
2. 엑스포 주요 내용
○ 주제전시관 : 13개 주제관, 3개 유기농 특별관에서 미래의 “생태적 삶‘의 비전 제시 국민 계몽 및 홍보
○ 학술행사 : ISOFAR 세계유기농업학술대회, 주제별 학술발표회, 워크숍, 세미나 등
○ 문화행사 : 생태음악회, 유기농영화제, 유기농음식축제, 시낭송회 등
○ 400여개 부스에서 생태적 삶을 위한 유기농 제품 전시
3. 엑스포 개최 방향
○ 현대인이 갈망하는 유기농 삶 스타일과 건강한 삶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비전 제시
○ 세계 최초로 국제적 규모의 ISOFAR 세계유기농엑스포 우리군 개최
○ 괴산군을 대표적인 세계 유기농 지역특화지역으로 육성
○ 지구, 생명, 생태 그리고 인간의 어울림이 있는 유기농 융복합 생명 엑스포로써 유기농 삶 실현을 위한 5대 주제 선정
- 생명에너지가 생성되고 자연순환 원리를 실현하는 나누는 엑스포
(깨끗한 공기, 맑은 식수, 건강한 토양, 유기농산물 생산)
- 지구환경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추구하는 즐기는 엑스포
(유기화장품, 유기농 직물)
- 새로운 삶을 창조하고 건강한 요리를 추구하는 맛있는 엑스포
(유기농축산 및 동물복리, 유기식품가공, 유기식물의 품질과 건강)
- 지역의 문화ㆍ자연과의 동화, 여유와 휴식이 함께하는 생태적 엑스포
(생태건축, 생태관광/명상/선)
- 국내 및 괴산군 유기농산업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는 미래형 엑스포
(대체에너지, 온실재배)
- 유기농특별관(세계유기농관, 유기농토종종자관, 충북의농체험관)
4. 개최배경
○ 유기농, 생태적 삶의 가치 재인식
○ 유기농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제고
○ 세계 유기농 시장 확대 및 교류, 협력
○ 우리나라, 개최지역의 유기농 위상 격상
그러면서 충북도와 괴산군은 이 행사를 통하여 수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입장료 수입, 농특산물 판매, 음식숙박업 등 직접소득 850억원, 지역브랜드 가치 상승을 비롯한 간접소득 2,000여억원 등을 포함하면 수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충북도청 보도자료 2011. 12. 19)
이와 더불어 "이번에 유치한 엑스포는 단순히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몇 억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충북 괴산은 세계적인 유기농업의 중심지가 되어 그로 인한 국격의 상승과 브랜드 가치는 매우 크 ..."(충북도청 보도자료 2011. 12. 26)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괴산에서 그런 국제적인 행사가 열려서 그만한 성과를 거둔다면야 그다지 달리 말할 명분이 없습니다.
문제는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실제로 괴산군이 그런 엑스포를 개최할 능력이 있고, 나아가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하는 겁니다.
우선 작년 2011년에 남양주에서 개최된 세계유기농대회에 대한 남양주시의 예측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세계유기농대회는 110개국 2천200여명의 외국인과 100만명의 내국인들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약 522억원의 경제적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2011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
하지만 개최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100만명의 일반 관람객 수를 예상했지만 그 4분의1도 안됐거든요.
문제는 괴산입니다.
서울에서 1시간도 안 걸리는 수도권인 남양주에서의 실적이 그 정도 뿐인데, 이곳 괴산군은 훨씬 더 큰 효과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괴산군의 현실적인 여건을 지적해야만 합니다. 주최측은 5만명의 외국인과 함께 관람객이 100만명이나 몰려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남양주시는 76개국 2899명이 참석하였다고 하지만 이게 전부 외국인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요). 100만명이 올리도 없겠지만 남양주 정도의 24만명이 드나들어도 괴산군은 그들이 머물 자리가 거의 없을 겁니다. 게다가 50000명의 외국인을 수용할만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음식점 등 접객시설도 거의 준비되어 있지 못합니다. 3~4년 사이에 준비하면 된다구요? 글쎄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청주나 충주에서 숙식하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은가요? 그렇게되면 행사 자체가 그리 효율적일 수 있을 까요...?
게다가 괴산군은 전국적인 규모의 행사를 주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괴산군이 세계적 행사를 치룬다는 건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게 사실일 겁니다. 실상은 그러면서도 그런 국제적인 행사가 괴산군에서 개최되면 무조건 괴산에 좋다고 홍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어찌보면 서글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괴산군의 능력이 그래서 충청북도청에서 모든 것을 주관하게 된다면 괴산 사람들은 일 심부름이나 하고 사람 동원해서 노력봉사 정도나 하고 말겠지요. 그럼 그게 뭔가요..?
그리고 "입장료 수입, 농특산물 판매, 음식숙박업 등 직접소득 850억원, 지역브랜드 가치 상승을 비롯한 간접소득 2,000여억원 등을 포함하면 수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고 있지요? 이게 정말 가능한 수치라고 말하는 겁니까? 어디 '억' 단위의 돈이 그리 쉽게 벌어지는 겁니까? 직접소득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정체불명의 간접소득은 도대체 어떤 과정으로 산출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엉터리 용역, 엉터리 숫자놀음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놀아나서 지역경제가 혼란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꼼꼼히 따져봅시다.
2011년에 행사를 했던 남양주의 경우를 엄밀하게 분석해서 그 지역과 우리 지역을 비교하며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더불어 괴산지역내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의 규모 등을 점검하면서 관람객들이 괴산에 머물 때 거둘 수 있는 경제적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겁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행사를 주관할 충북도청과 협의해서 괴산군과 괴산군민들이 감당할만한 일들을 조정해야 할겁니다. 300억원의 행사준비비용 가운데 많은 금액이 괴산 지역에 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겁니다. 예컨대, 시설물 설치와 건립 등에 있어서 가급적 괴산군 업자들에게 일을 맡기도록 하는 것이 그 방안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괴산지역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장기적으로 강구해야 하리라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많은 농민들을 지금 당장부터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 생각할 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에 따라 충북도청과 별개로 괴산군 자체에서 준비모임을 운영함으로써 괴산군의 수익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즉 많은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사안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괴산군은 뒤치닥거리만 하게 되고, 쓰레기장이 돼버릴 것이니까요...
'마리산인 이야기 > 마리산인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유엔 회의에서 자초한 난투극 (0) | 2012.03.14 |
---|---|
'한살림'을 어떻게 봐야 하나? (0) | 2012.02.13 |
털신을 새로 샀습니다... (0) | 2012.01.30 |
나경원의 말... 그리고 후안무치... (0) | 2011.10.18 |
정치는 '쇼'다? (0) | 201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