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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시·글

[시] 꽃상여 /정상일

by 마리산인1324 2014. 1. 30.

* 대금 명인 원장현 선생의 음반 <항아의 노래> 에 담긴 정상일 시인의 詩

 

 

꽃상여 

 

                      정상일

 

 

살아서 슬펐던 육신(肉身)

버리러 간다

상여는 꽃상여

비에 젖어간다

길가에 핀 꽃은 수줍은 메꽃,

저 그늘에 산수국은 곱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렇게 고왔으리라

이름 그대로 꽃 같은 나이,

언젠가 언제던가

남몰래 피었다 지던 슬픔,

한 번쯤은 그토록 고왔으리라

이제 몸은 죽고 슬픔만 남아

한 자락 만가(輓歌)에 흔들리며 나는 간다

얼굴이며 손등에 내리는 빗물

닦으며 닦으며 가는 이 길은

이름마저 슬픈 황천 가는 길

빗소리 더욱 무성하여 산은 멀고

구름에 가려서 길 한층 아득하다.

어화넘차 어화너

요령 흔들어 없는 길 다시 내고

어화넘차 어화너

상여 소리는 구슬퍼서 하늘도 젖어간다

하마 오래도록 허리 구부리고

이승의 하얀 설움을 따라오면

저승에도 이렇게 비가 쏟아져

각시풀처럼 질펀히 내 몸 젖을까

한오백년 쉬었다가는 구름처럼

무겁던 육신 버리고 나는 이제 갈 때

저승에도 우리 머무는 작은 술집 있어

빈 잔으로 남는 그리움

퍼 담아 마시다가

황천 노을빛 등에 지고

가던 길 마저 재촉할까

이렇게 비는 쏟아지는데, 쏟아지는데.

 

 

http://www.youtube.com/watch?v=JDUNPG7Kz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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