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 명인 원장현 선생의 음반 <항아의 노래> 에 담긴 정상일 시인의 詩
꽃상여
정상일
살아서 슬펐던 육신(肉身)
버리러 간다
상여는 꽃상여
비에 젖어간다
길가에 핀 꽃은 수줍은 메꽃,
저 그늘에 산수국은 곱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렇게 고왔으리라
이름 그대로 꽃 같은 나이,
언젠가 언제던가
남몰래 피었다 지던 슬픔,
한 번쯤은 그토록 고왔으리라
이제 몸은 죽고 슬픔만 남아
한 자락 만가(輓歌)에 흔들리며 나는 간다
얼굴이며 손등에 내리는 빗물
닦으며 닦으며 가는 이 길은
이름마저 슬픈 황천 가는 길
빗소리 더욱 무성하여 산은 멀고
구름에 가려서 길 한층 아득하다.
어화넘차 어화너
요령 흔들어 없는 길 다시 내고
어화넘차 어화너
상여 소리는 구슬퍼서 하늘도 젖어간다
하마 오래도록 허리 구부리고
이승의 하얀 설움을 따라오면
저승에도 이렇게 비가 쏟아져
각시풀처럼 질펀히 내 몸 젖을까
한오백년 쉬었다가는 구름처럼
무겁던 육신 버리고 나는 이제 갈 때
저승에도 우리 머무는 작은 술집 있어
빈 잔으로 남는 그리움
퍼 담아 마시다가
황천 노을빛 등에 지고
가던 길 마저 재촉할까
이렇게 비는 쏟아지는데, 쏟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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