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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시·글

[시] 봄타령 /정상일

by 마리산인1324 2014. 1. 30.

* 대금 명인 원장현 선생의 음반 <항아의 노래>  '봄타령'에 수록된 정상일 시인의 詩

 

봄타령  

- 태평소 시나위

 

                                    정상일

 

누가 불어주는 것이냐

저 놈의 환장할 장단 위에서

겅중거리며 오르는 한가락 호적이여 시나위여

죽었던 목숨도 화창히 살아

아득한 봄날의 다순 하늘에

한 풀리듯 서럽게 풀려나는구나

어쩌면 저리도 깊은 것이냐, 봄 하늘은

꿈마냥 몽롱하게 너울거리며

저승까지 닿는 명주수건을 주루룩 펼치고

웃을 듯 말 듯 이 땅을 내려다볼 때

좋을시고, 꽃다지 언덕에

설움처럼 쏟아지는 햇볕이여

누더기 활활 벗고 나는

가난한 몸뚱이를 남김없이 담그고 싶구나

그 어디 살(肉)보다 향기로운 황토흙 한줌을 퍼 올려

번뇌인 듯 헝클어진 이 머리를 감는다면

얼씨구나 한 바탕 신명도 오르겠네

숨가쁘게 어깨에 나

고요히 손끝으로 머물다 가는 흥이여

논두둑에 마냥 주저앉아 불던

연두빛 고향의 버들피리도 지금은

저 호적가락에 묻혀 눈물처럼 살아오고

살아서 막막한 세상도 이제는

꿈인 듯 너그러워 고개 끄덕일 때

모조리 춤 되어 내 몸에 내리는

어쩔거나 열두 장단 호적가락을

겅중대며 흥청거리는 뜨거운 이 몸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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