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7-04-16 15:33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4626&ar_seq=
|
||||||
구들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설계와 시공을 맡기고 기초를 세우고 구들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드디어 엊그제 대들보를 올렸습니다.
'2007년 4월 12일 오후 18시 산처럼, 새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어 박달산 기슭에 둥지 짓다' 제가 대들보에 쓴 상량문입니다. 흔들림없는 마음으로,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 아닌 남에게 쉴 그늘 아낌없이 내려주는 자연물을 닮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어찌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저 그 언저리까지 가고 싶은 소망인 셈이지요.
작년 한 해 괴산 박달산 아랫자락에 땅을 빌려 농사지으며 밭에서 쉴 때마다 아내와 박달산의 너른 품새를 보면서 "아, 저기 어디쯤 우리 가족 거처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눈도장을 찍어 놓았던 바로 그 언저리 밭이 매물로 나온 것은 작년 겨울이었습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딱 이틀 고민하고 계약을 했습니다. 외지인 손에 넘어갔던 땅이라 주변 시세보다는 땅값이 비쌌습니다. 그래도 그 땅을 마을로 되찾아온다는 생각이, 우리 마음자리에 든 땅을 환경농업하면서 살려보자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앞집에 사시는 어르신께서는 책자와 패철을 들고 오셔서 제 나이를 따져 보시더니 올해 집짓는 방향은 이렇게 하라고 일러주십니다. 그 방향으로 잠시 서 있었더니 참 편안했습니다. 노을도 더욱 운치를 더했습니다.
지붕에는 태양열모듈(집열판)을 설치해서 그 햇빛 열기를 온수통에 꽂아 물의 열기를 식지 않게 합니다. 기둥은 한옥형 짜맞추기로 세우고 벽면은 황토벽돌로 채우게 될 것입니다. 크고 작은 일들은 수시로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쯤이야 평생 살 집을 짓는 데 어련히 따라오는 어려움이다 싶었습니다. 그리 큰 방해작용을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상량식하던 날, 흙살림 연구원이 액맥이타령을 구성지게 불러줍니다. 정월부터 12월까지 드는 액을 다 막아줍니다. 그날 나머지 밭에 이곳 명물인 대학찰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밤늦도록 이어진 일에 귀농 친구들과 선배 농부들이 모두 환한 대낮인 것처럼 호흡 맞춰 일했습니다. 이웃 어르신은 슬며시 나와 당신 마당의 전깃불을 끌어다 밭 귀퉁이에 걸어줍니다. 옥수수를 다 심고 난 후 막걸리 한잔 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박달산 산신령께서도 참고 참았던 빗줄기를 때맞춰 내려주십니다.
5년 전 귀농할 때 심은 매화나무를 집짓는 뒷자리로 고이 옮겨놓았더니 고맙게도 다시 꽃을 피웠습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이곳, 박달산 그늘에서 천상 박달산 귀신이 되어야겠습니다. 마음만은 자유롭게.
|
| |||||
|
'괴산 이야기 > 괴산 관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평화 탁발순례, 괴산순례기 - "위령제"(070503) (0) | 2007.05.09 |
---|---|
생명평화 탁발순례, 괴산순례기 - "걷다"(070508) (0) | 2007.05.09 |
생명평화 증평군순례 이야기(증평기별 070419) (0) | 2007.04.23 |
괴산 청천 낙영산 공림사(충청일보 070322) (0) | 2007.03.24 |
[스크랩]칠보산을 다녀오다 (0) | 2007.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