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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귀농 3년째 전북 장수 `하늘소 마을` 사람들은(중앙일보 060605)

by 마리산인1324 2007. 7. 3.

 

[중앙일보] 2006.06.05 05:06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313757

 

 

`욕심 버리니 행복지수 올라` 
귀농 3년째 전북 장수 `하늘소 마을` 사람들은 …

하늘소 마을 주민 문원산씨가 토마토밭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들에게 벌레를 이용한 천적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눈 뜨면 날씨부터 가늠해 보는 것이 농투사니가 돼 가나 봐요. 도시에 살 때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니 행복지수는 높아진 것 같아요."

4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하늘소 마을'. 울퉁불퉁한 비포장 진입로를 지나 마을 입구 양계장에서 만난 문원산(41)씨는 굵은 손마디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전주에서 자영업을 하던 문씨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2003년 12월 이 마을로 들어왔다. 농부 생활 3년째, 처음 밭 500평으로 시작한 농사는 논.밭 합쳐 1500평으로 늘었다. 이들 논.밭은 마을 주민들에게 임대한 것이다.

문씨는 "농사 경험이 없는 데다 판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어 3년 새 1500만원의 빚을 졌다"며 "그러나 내 진짜 인생을 경작하는 것이라 여기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의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순따기 작업을 하고 있던 허윤행(37)씨는 2년 전 잘나가는 대기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생활을 접고 농부가 됐다. 허씨는 "농번기에는 하루 10~12시간 들판에 나가 살 만큼 눈코 뜰새 없지만 길가의 꽃 한 송이, 밤하늘의 별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가 좋다"고 말했다.

국내 첫 귀농자 마을인 이 동네에는 처음 10가구가 이주해 왔으나 현재는 12가구가 산다. 홀로된 노모를 모시기 위해서, 몸을 다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3가구가 떠났고 5가구가 뒤에 합류했다. 주민들은 친구.인부들과 어울려 함께 벽돌을 찍고 대패질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황토.흙벽돌 집이나 목조 주택을 지었다. 처음에는 모두 농사를 지었으나 현재는 세 가구가 군청이 설립한 농산물 유통센터 일을 하고 있다.

농사는 장수군이 빌려준 1만여 평의 땅과 마을 주민들에게서 임대한 것을 합쳐 가구당 1500~2000여 평을 짓고 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쌀겨.깻묵 등을 발효시켜 만든 유기질 퇴비를 활용한다.

집 안팎 생활도 친환경적으로 꾸려간다. 화장실은 재.왕겨를 덮어 처리한 뒤 퇴비로 재활용하는 '푸세식'이다. 여느 동네 같으면 하수에 하얀 거품이 그대로 실려 나가지만 이곳에서는 하수구에 자갈.모래.숯 등을 깔아 오.폐수를 자연정화한다.

주민들은 논.밭 농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양계, 특수작물 재배 등의 수익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문씨의 경우 지난해 농사로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1t트럭 유지비, 공과금, 통신비 등 한 달 생활비가 70만원씩 들어 300여만원의 적자가 났다. 그러나 올해는 양계(유정란)를 시작해, 월 100만원의 추가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농촌에 들어와 농사만으로 손익 분기점에 들려면 5~6년쯤 걸린다"고 밝혔다.

◆ 하늘소 마을=2003년 12월 국내 최초로 귀농인들이 모여 만든 동네다. 서울.광주.전주 등에 살던 자영업자.직장인.기업인 등이 옮겨왔다. 아이들을 포함해 전체 주민은 50명, 이 가운데 초.중학생 10여 명은 통학버스를 타고 면 소재지 학교에 다닌다. 장수군에서는 군유지를 마을과 논밭 부지로 제공하고 트랙터.경운기.콤바인 등 농기계 구입비의 80%를 지원해 줬다.

장수=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