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10월 10일 마리선녀 씀 -
위기냐 기회냐
- 기후와 에너지와 인간의 삶 -
Ⅰ. 글머리에
지난 해에 우리는 ‘부안’에 주목하였다. 핵폐기장 건설에 관한 그 땅에서의 갈등은 핵에너지의 필요성과 함께 그 위험성도 돌아보게 하였다. 또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힘있는 자의 일방적인 폭력을 목도하면서 추악한 전쟁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 국내외에서 일어난 이 일들은 핵과 석유라는 에너지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에너지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와 편안함의 근간이기에 우리의 삶은 에너지의 철저한 지배를 받게 되었다.
꽤 오랜 세월에 걸쳐 햇빛, 나무, 물, 바람 등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와 자원을 이용했던 인류는 약 150년 전부터 화석에너지를 이용하게 된다. 이 화석에너지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에너지와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니, 자원은 서서히 고갈되어가고, 그 결과 환경과 에너지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위기는 또한 기회라고 했던가?! 이같은 위기와 갈등의 상황 하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함은 우리 시대 뿐 아니라 후대의 평화로운 생존을 위해서도 위대한 기회로 규정될 것이다.
Ⅱ. 한정된 자원으로서의 에너지 위기와 인간의 삶
1. 에너지의 생산량과 소비량
한국은행이 발표한 `중장기 세계 석유수급전망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확인된 세계의 석유매장량은 총 1조1477억 배럴로 매년 2003년 수준인 280만 배럴이 생산될 경우 41년밖에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천연가스는 석유와 매장량이 비슷하며 향후 67.1년 동안 2003년만큼 생산하면 확인된 매장량이 모두 소진된다. 반면 석탄은 9845억톤이 매장된 것으로 확인돼 석유의 3배에 달하며 192.5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1)
이러한 에너지를 인류가 소비한 양은 1971년과 비교하여 1990년에는 60%나 늘어났고, 2010년에는 1990년에 비해 50%, 2020년에는 8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약 2천만 배럴로서, 1년이면 72억 배럴이 된다. 그 중에서 40%도 안되는 28억 배럴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석유로 충당되고, 나머지 60% 이상은 외국에서 들여온다. 연간 44억 배럴이 수입되는 것이다. 전세계의 연간 석유생산량이 270억 배럴이니 미국이 세계 석유 생산량의 25%를 소비하고 15%를 수입하는 셈이다.2)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세 배나 되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더 많다. 1인당 전기 소비량도 독일, 영국, 덴마크 등보다 더 많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1차 에너지 소비가 일본과 독일을 앞지른 것은 2001년의 일이었다. 이는 우리의 경우 에너지 소비가 해마다 크게 증가한 반면 일본이나 독일의 에너지 소비는 정체 상태이거나 조금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전체 에너지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인 반면(석탄 33%, 가스 28%) 우리는 2002년 현재 49.1%나 된다. 또한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2002년 현재 97.1%이고,3) 석유비축일수는 2003년 12월 기준으로 106.1일이다.
2. 에너지 부족 현상이 미치는 영향
하지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에너지 경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즉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모두 언젠가는 바닥나게 될 유한자원이다. 이 중 석유는 OPEC을 비롯한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몇몇 나라에 집중되어 있어 가격 변동이 심하다. 천연가스는 석유보다는 깨끗하지만 운송비가 훨씬 비싸다. 석탄은 풍부하고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해물질을 너무 많이 배출해 해마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한편 날이 갈수록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화석연료의 사용은 기상이변을 가져왔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 지구를 덮는 유리창 역할을 하며, 이것이 태양열을 가두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온실효과’가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인 바, 결국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면, 우리가 아는 한, 생명이 계속 존재할 수 없게 된다.4)
그렇다면 석유 등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부족 현상은 전 세계의 정치ㆍ경제ㆍ문화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이미 석유부족으로 인한 혼란을 여러차례 경험한 바 있다. 1973년과 1979년의 제1,2차 오일쇼크는 인류문명이 석유 에너지에 얼마나 깊이 종속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아가 이 혼란은 전쟁으로까지 치달아 인류의 삶에 아픈 상처를 내고 말았다. 이란・이라크 전쟁과 두차례의 미국・이라크 전쟁 및 알제리,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러시아・체첸 전쟁 그리고 2001년 9.11 테러와 그후의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이 그것이다. 이는 석유 자체가 직접적인 이유였거나 주요 원인이었던 것이다. 특히나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그 나라들의 석유확보 문제가 주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가는 실정이다.5)
이러한 석유가 고갈되어 에너지 위기를 마주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석유의 생산한계는 석유가 바닥나는 시점이 아니라 석유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점이다.6)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에너지 위기는 벌써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미 1960년대 이후 새로 발견되는 유전의 수가 줄어들었고, 유가의 불안정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등 거대한 나라들의 급속한 산업화는 석유의 사용을 더욱 늘려 놓았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석유는 점점 줄어들지만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Ⅲ. 기후 변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인간의 삶 - ‘펜타곤 보고서’
1. 펜타곤 보고서의 내용
2003년에 작성된 미국 국방성의 비밀보고서가 2004년 2월 22일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저버>를 통해 폭로됐다. <옵저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인 혼란이 닥칠 것으로 전망한다. 즉 기후 변화 등 자연재해로 각국이 식량과 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장에 나서게 되면서 전 세계가 전쟁과 대가뭄, 기근, 폭동 등으로 무정부상태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나아가 2007년 경 유럽 해안에 몰아닥친 엄청난 폭풍으로 네덜란드 해안의 둑이 무너지고 헤이그를 비롯한 광대한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유럽의 평균기온은 섭씨 4도 정도 떨어져 영국이 시베리아와 같은 기후로 바뀐다.7) 또한 식량생산이 크게 줄어들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이 황폐화되면서 수많은 난민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몰려든다. 이들을 막기 위해 각 나라는 요새화되고, 일본과 한국, 독일이 핵무기를 개발하며, 전쟁과 기아로 인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한편 보고서에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가 국가안보에 미칠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농업생산량 감소에 의한 식량부족,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민물의 질과 양의 저하, 얼음과 폭풍으로 인한 전략적 광물채취의 두절을 든다.
2. 펜타곤 보고서의 의미
이 보고서의 의의는 향후 20년 안에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등 전 지구적 재앙이 올 것을 실감나게 제시하고, 그 사회 경제적, 국가안보적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갈등과 전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처럼 종교나 이데올로기 혹은 민족적 자존심을 둘러싼 다툼이라기보다는 앞으로는 급변하는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다툼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금후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이로 인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투쟁 가능성 등을 광범위하게 예측하면서, 미국정부로 하여금 군사전략 개념은 물론 국가안보 개념을 바꾸도록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8)
Ⅳ.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해결방법
1. 화석에너지로부터의 탈피와 재생가능 에너지의 대두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대단히 큰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커다란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생활과 우리 사회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고, 물질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자족적인 삶의 의미를 알아가게 됨으로써 세상을 좀더 생태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를 막아내는 것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우리에게 닥친 커다란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물질 소비를 크게 줄여야 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늘려야 한다.9) 즉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조력, 바이오매스10)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렇듯 석유시대의 종말로 인해 초래될 인류문명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는 단순한 화석연료의 대체물만은 아니기에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는 긴 시간과 확실한 기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또한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풍부하게 존재하는데, 이들 에너지원을 장기 계획을 세워서 개발하면 앞으로 닥칠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 변화라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11)
2. 원자핵에너지의 활용과 한계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는 와중에도 일부에서는 원자핵에너지의 사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즉 원자력 신봉자들은 우리나라처럼 에너지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원자력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원자력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들의 계획은 현재 19개의 원자로를 늘림으로써 이산화탄소 방출로 인한 기후변화도 억제하고, 석유나 가스의 수입량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이 일면 타당할지 몰라도, 핵사고의 위험성이 증대되고 핵폐기물의 양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게다가 앞으로 40여년 지나면 경수로용 우라늄은 고갈되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대체에너지 확대에 커다란 관심을 가진 국가들의 대부분은 핵발전을 하지 않거나 핵발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라들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할 것이다.
3. 수소에너지의 활용과 한계
지금 현실 가능한 대체에너지로 수소가 거론된다.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풍부한 물에서 제조할 수 있어 자원 제약이 없고, 연료전지 기술에 의해 전기가 생산돼 생성물이 물밖에 없는 환경친화 연료라는 것이다. Paul Roberts는 “탄소를 앞으로 최대 100년 동안만 더 사용하면서 동시에 수소 에너지를 위주로 경제 시스템을 재편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12)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또한 「수소혁명」에서 독자를 차세대 경제 체계로 안내한다.13) 산업 시대 초기에 석탄과 증기 기관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마련했듯이 미래에는 수소 에너지가 기존의 경제, 정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서 적절한 가공을 거친 수소는 마르지 않는 ‘영원한 연료‘이며, 이산화탄소와 같은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다. 또한 저렴한 수소 에너지는 제3세계를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세계 권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수소시대의 개막을 위해서는 싸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정의 개발이 급선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처럼 수소에 대한 여러 긍정적인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는 있다.14) 즉 수소가 천연가스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연료전지를 이용해 수소를 많이 쓰면 쓸수록 천연가스가 줄어들 것이고, 천연가스의 분해산물의 하나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배출되는 수증기도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이기에 많은 양의 수증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어 대기 속으로 배출하면 지구의 물 순환이 교란될 수 있는 것이다.
4. 태양에너지의 효용
그렇다면 이제 대안은 무엇인가? 태양이다. 분명한 것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류는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는 오염된 부산물을 내놓지도 않고, 지구온난화 물질을 내뿜지도 않는다. 더욱이 앞으로 수십억년 동안은 고갈되지도 않을 무한한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은 이미 풍부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기술의 이용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햇빛을 이용한 발전과 난방, 바람과 물을 이용한 발전, 지열을 이용한 난방과 냉방, 생물자원을 이용한 발전, 난방, 자원생산 등 모든 기술이 존재한다. 의지만 있다면 제2의 태양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핵심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석유 권력을 극복하고 ‘전환의 시대’를 열어갈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때다. 그리고 이 의지는 ‘시민’들의 힘에서 모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제2의 태양시대는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Ⅴ. 글을 맺으며 - 자연과 나를 생각하며
에너지와 기후에 대해 지금껏 나는 무슨 생각을 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화석에너지의 고갈을 위기로 생각하면서 삶을 고민해봤는가?
이에 대해 이필렬교수의 제안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즉 단기적인 핵반대운동과 장기적인 에너지 대안운동, 생태주의 운동의 병행을 통한 협력과 긴장의 관계를 추구하는 삶이 그것이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생태적인 삶의 방식으로 바꾸면서 에너지도 재생 가능한 태양이나 바람으로부터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한 나로서는 평소의 지론인 생태적인 삶의 양식을 지속할 책임이 있다. 건강한 땅을 살리고자 하는 유기재배를 벼농사까지 더 확대할 필요가 있고, 공장형 축산퇴비 뿐 아니라 인분 등으로 자가제조해서 사용하는 지혜도 필요하게 된다. 훗날 지을 집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재와 모양을 갖춰야 하며, 아궁이와 온돌이 있는 방을 마련하되 기본 에너지는 태양광을 통해 얻는 방안도 보다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밖에 생활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부딪치는 작은 행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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