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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사색

삶에서 깨어나기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2.

 <2004,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 기본과정-1차단상>


삶에서 깨어나기


                                                                                                                     

 

  양성평등은 오래전부터 내 소망이었다.

 

  농촌생활 3년. 강화도와 괴산에서의 자연친화적인 삶은 환경농업을 통하여 인생과 자연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농촌생활은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도회적 사고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당장 일상의 주변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도시에 비해 일상 환경과 생활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것과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고령의 노인들만이 덩그러니 마을을 지키는, 농촌은 이미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이러한 농촌현실에 비애를 느끼면서 차츰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우선 민원을 제기하여 생활 속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자 하였고, 운영자 없는 마을 홈페이지를 관리하기로 자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사안의 접근방식에 따른 인식 차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리 가정의 삶은 단순한 전원생활이 아닌 ‘전업농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은 때로 절망스럽기조차 하였고, 삶의 목표마저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고 살 수도 있겠지만, 이웃과 함께 하지 못하면서 자연과 벗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무력감으로까지 다가와서 마음을 못내 불편하게 하였다. 무엇이 문제인가, 스스로 반문하며 되묻기를 몇 달, 우리의 삶과 진심이 받아들여지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농민’이 되어가자고 나를 타일렀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일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농촌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농림부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여 농업정책의 방향을 살펴보았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중 농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에 따른 여성농업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들 수 있다. 특히 과거의 농업 주체가 남성이었던 반면에 요즘 들어 점차로 여성들이 농업의 주체자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특유의 성향으로 인터넷전자상거래를 성실히 관리한다거나 하우스 관리 등 섬세한 농업기술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농업의 2차 가공 산업과 같은 농업경영에도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65%의 농촌 여성이 사실상의 농업주체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 참여의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권리 면에서는 여전히 남성의 보조자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농업 전반의 문제를 결정하는 위원회나 마을의 지도자 등도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집안에서의 농업 경영권도 남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농업환경의 꽃이라 불리는 농기계조차 여성이 다루기에 벅찰 정도로 남성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여성의 농업참여는 단순 반복적 노동이나 남성의 보조적 역할로 그치게 된다. 성(性) 의식 또한 전통적 남성 문화에 기인한 가부장적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보다 큰 문제는 여성들 자신이 전통과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도록 작용하게 된다.


  현재 농촌여성의 농업참여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 가는 데 반해 이들을 위한 자기계발 및 자아실현과 내적 성숙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시설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늦게나마 정부에서는 ‘98 여성농업인육성법’을 수립하였고, 제1차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 계획(2001-2005년)으로 여성농업인의 전문인력화, 지위향상, 삶의 질 제고를 통한 건강한 농촌 가정의 구현과 농업 ․ 농촌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실행하고 있다.


  그에 맞춰 농림부에서는 여성농업인 전문인력화 과정(2004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교육은 농촌의 고급여성인력을 체계적 학습을 통해 전문강사로 양성하여 여성농업인을 상대로 의식교육 및 농업기술교육을 지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들여다보면 정부정책을 알리는 정도와 자신감을 기르는 강의 테크닉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교육내용으로는 극히 빈약하다.


  따라서 여성농민을 상대로 하는 교육은 우선 농업교육에 앞서 여성의 삶에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의식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전통적 농촌문화의 오랜 관습을 깨고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체적 자각을 일깨우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농촌여성의 노동 가치를 대변할 그 어떤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제라도 자신의 본질을 찾는 의식교육을 통해 삶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자존감을 일깨우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농업교육은 대부분 시민사회단체 및 지방대학의 평생교육시설에서 위탁 운영되고 있으며, 실적 위주의 교육으로 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농업과 상관없이 주도되고 있는 도시 중심의 교육으로 대부분 기관별로 중복되고 난립되어 있다.


  특히 강사의 경우에는 농업분야의 속성상 농사 경험과 농촌생활을 바탕으로 한 사람이어야 이해가 통하는데 반해 그렇지 못해 상호 괴리감만 느끼게 되는 것이 오늘의 농업교육의 실정이다. 따라서 농촌에서 살고, 농사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서 체계적 교육을 받은 강사가 매우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양성평등교육과 같은 내적 성숙을 기하는 전문교육 강사는 여성의 농업 참여도에 따라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모든 농촌여성의 주체성을 찾는 문제로서, 나아가 농촌의 가부장적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양성 모두가 평등한 사회로의 중요한 역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양성평등기본과정 교육에 참여하는 내내 농촌 의식 교육에 접목시켜 확대 보급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현재 농림부에서 1년 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문가 과정인 ‘여성농업인교관반’ 교육을 받고 있으며, 또 본 진흥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 과정을 이수 중에 있다. 두 교육을 잘 배우고 익혀서 농촌여성을 상대로 의식 교육에 앞장서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런 면에서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 과정은 농촌 여성을 상대로 하는 의식 교육의 단초를 열게 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그들의 삶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문강사가 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네 삶과 직결된 고정관념과 사고 의식의 제고 차원에서라도 양성평등교육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