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교관반 연구보고서>
2004년 3월 24일
농업교육의 활성화 방안
1. 들어가는 글 - 개방화시대의 농업환경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일이라는 뜻인 그 말은 농업이 국가의 가장 안정적인 재정 수입원이라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생명의 근원됨을 밝히는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의 사농공상(士農工商) 신분체계하에서 농민을 사대부(士大夫) 계급 다음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보아 그 중요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폐쇄된 공동체에서 열린 세계로 향하고 있다. 산업화는 물질문명의 변혁을 가져왔으며, 나아가 정신세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옛것만이 최고라고 고집하기엔 세계는 이미 지구촌화 되어 있고, 하나의 운동장에서 어깨를 부대끼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게다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정보화사회로 나아가게 되었으니 세계는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사회, 개방화 시대에 있어서 우리 농업도 예외일 수 없으니, 변화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2. 국제 시장질서 속에서의 우리 농업
이러한 개방화⋅세계화에 따라 국제 시장질서는 끊임없이 동등 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즉 국가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시키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통하여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와 신흥공업국의 경우에는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적할 경제공동체 내지 경제블럭을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현재 세계는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대안 혹은 대비책으로써 FTA를 체결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에의 무관심은 곧 경제적 고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도 이에 대응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하며 세계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바, 그 가시적인 작품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농민단체의 극심한 반발과 국제경제여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지난 2월16일에 비준동의안이 통과한 우리나라와 칠레 간의 FTA를 통하여 우리는 공산품을 수출하는 대신 농산물을 수입하게 되었다. 즉 FTA는 상대 국가가 원산지인 상품에 대한 관세를 원칙적으로 철폐하되 우리나라의 경우 쌀, 사과, 배를 관세철폐대상에서 제외하고 기타 민감한 품목에 대해 최대 16년의 이행기간을 설정하거나 ‘도하개발아젠다’(DDA) 이후에 재논의토록 하고 있다. 한편 칠레는 세탁기 및 냉장고를 관세철폐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 최대 13년간의 이행기간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 협정을 통하여 우리나라는 주력 수출품이 해외 특히 남미 쪽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과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에 따라 우리도 어디에 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입이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거래이긴 하지만 무역으로만 측량할 수 없는 식량의 ‘비교역적 기능’으로 말미암아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단순히 무역의 차원에서만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생명의 근원이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식량 수입으로 인해 밥줄을 외국에 내맡기게 되어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칠레만이 FTA의 유일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싱가폴, 멕시코, 중국, 일본 등과 협상해야만 할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급물살을 막아야 하며,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안된다며 소리만 지르고 있을 것인가? 여기에 우리는 10년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바, 그걸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1993년말에 타결된 이 UR의 골자는 첫째,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하고 비관세장벽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며, 둘째, 수출국의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주기 위하여 최소 시장 접근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협상에 따라 비록 쌀과 같은 기초 농산물이라 하더라도 별도의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으며, 오로지 관세만으로 수입 농산물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되었다. 또한 최소 시장 접근의 원칙에 의해 일정량의 외국 농산물이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것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 최소한의 수입량은, 쌀의 경우 1995년부터 국내 생산량의 1% 수준에서 시작하여 매년 단계적으로 늘려가 2004년에는 4%에 이르도록 하며, 2004년 이후의 관세화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합의하기로 하였다. 이 협상을 국내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하기까지 다소 유예기간을 준 셈이어서, 그 동안에 값싼 수입 농산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여야 했다.
그 UR협상을 계기로 농촌 경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지속시켰어야 했으며,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나? 아우성을 친다고 저리 장기 융자 등 손쉬운 유아적 방법으로 먹을 것을 떠먹여주었을 뿐 그 이외의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10년 전에 문제의 본질을 피해간 결과가 오늘 우리 농촌의 농가부채로 고스란히 남아서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FTA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농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농법의 심도있는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서 농업의 국가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나아가 농민의 자구노력이 요구된다 할 것이니, 정부와 농업단체 등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Know how)를 농민들에게 전수하는 농업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도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농업교육에 대한 근원적인 필요성이 제기된다.
3. 농업교육의 필요성과 문제점
(1) 농업교육의 필요성
이제라도 우리는 작금의 국제 정세를 바르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 철저하게 대비하면서 오늘의 뼈아픈 대가가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차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정부는 FTA가 농촌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임을 널리 알려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도농(都農) 간의 협조를 통하여 정부 차원의 계획과 의도가 더 탄력을 받게 되어 힘있게 시행되리라 본다.
농촌 또한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자로 나서야 하며, 세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물질을 교육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 대학의 교수 등 전문가들과의 농⋅학(農⋅學) 협력으로 지역에 맞는 특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고, 농촌의 현실에 맞은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계획도 필요하다. 나아가 각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을 통해 내적 성숙을 기하고, 농업의 적절한 시간 활용, 자기개발의 일정시간 배분 등 농업 환경의 전반적인 부분을 능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교육기회를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정부와 자치단체, 학교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2) 농업교육의 문제점
하지만 이런 농업교육을 시행함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1) 농업교육과 농촌 현실의 괴리
우선, 우리의 농업교육 가운데 어떤 분야에서는 농민과 동떨어진 주제와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으로 한다는 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농업의 속성상 실질적인 체험이 중요함에도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나 단체가 농업교육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전문 강사가 많이 부족하기에 농촌에 널리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물론 농업교육의 역사가 짧아서 강의 능력을 갖춘 전문 강사를 많이 배출해내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심각한 사태를 감안한다면 교육기관의 체계적 관리와 지도가 필요하며, 일부 시민단체들의 위탁교육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하리라 본다. 이를 소홀히 했을 경우에 입는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2) 농업교육과 고비용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는 농업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루가 다르게 농업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농업 신기술 및 친환경 농법을 보급함으로써 청정한 농산물을 수확하여 차별화된 상품으로 국내외에 판매를 촉진하는 등 농산물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갖추고 내수 시장에도 영향을 주어 일부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따라 여러 단체 및 기관에서 목적에 따른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 시행 과정에 있어 다소 아쉬운 점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농업교육의 교육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소득 증진과 직접 관련이 있고 농가의 신기술 보급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고소득이 예상되는 분야의 농업교육에는 일반 고액 과외비처럼 비싸서 농민들은 쉬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처럼 농업교육비용을 높게 책정하면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른 교육과 달리 농민을 상대로 하는 농업교육은 이 어려운 상황에 맞도록, 다가가는 방법과 교육비용의 산출근거가 달라야 한다. 따라서 농업과 생명의 근원을 살리는 취지에 맞게 농민들의 필요를 위한 교육은 국가에서 전액 보조하거나 매우 저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처럼 농업교육에 대한 참여기회가 고르게 실행되지 못하는 오늘의 농업 현실은 이미 도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즉 8020 등의 현상이 농촌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균등한 교육기회의 박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부가 부를 낳는 자본주의 특성상 높은 교육비용을 가진 자만이 참여할 수 있는 기존 농업교육의 모순된 결과로 인해 도시와 같은 현상을 낳게 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일정한 부농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신기술의 습득은 더 나은 농산물 출하로 이어지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하게 되어 그들 소수의 사람들만이 경제력을 증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3) 농업교육과 장소의 비효율성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점은 농업교육의 장소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속성상 주로 지방 외곽이나 산촌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농민들로서는 교육을 받기 위해 현장을 비운다는 것이 회사를 결근하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기에,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교육을 받는 일부 적극적인 농민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수 농민들로서는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강사 1인의 ‘움직이는 농업학교’ 또는 ‘찾아가는 교육’ 또는 ‘생활 속의 기술교육’ 등을 시도해봄 직 하다. 마을의 실정에 맞춰 강사가 직접 찾아가서 농민들의 생생한 현장의 소리도 듣고, 그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점도 발견하여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특히 강사와의 직접적 관계로 인하여 문제 해결이 보다 원활할 수 있으니, 여러 가지 측면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교육 방식은 앞으로 권장할 만한 의미를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 교육이 보다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불편을 느끼게 한다면(예, 이동 거리가 멀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교육의 실효성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농업교육 분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고를 전환하여 교육 방법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많이 이용되고 있는바, 1인의 수고로 다수에게 해택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라 하여 앞으로 더 깊은 관심과 연구 개발로 농민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4. 농업교육의 활성화 제안
지금까지 지켜본 바대로 우리 농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제시되는 일련의 과정이 농업교육인데, 그 필요성과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결론적으로 그 활성화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농촌 현실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는 면이 돈과 사람이기에 두 측면에서 조명해본다.
(1) 비용문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농촌 지원책으로서 정부는 119조원이란 막대란 금액을 농업 분야에 투자한다고 한다. 여러 분야에 고루 사용되겠지만 그 중 얼마간의 비용은 교육에 쓰여 질 것이다. 10년 전 우루과이 라운드(UR)의 실패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효과적인 계획으로 지혜롭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농업교육의 고비용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소수 ‘농민’의 생존 문제라기보다는 국민 다수의 생명의 근원인 ‘농촌’의 미래가 달려있는 농촌 시스템적 문제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를 간과하게 되면 고질적인 사회적⋅환경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할 소지가 있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악폐는 고착화되어 갈 것이며, 농촌 생활도 더욱 황폐하게 변해가게 된다. 이에 따라 많은 농민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가짐으로써 계층간에 위화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도농 간의 인식의 격차와 생활격차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고비용으로 인해 1차적 수단인 교육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당하지 않도록 하여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교육으로 돌파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대 상황이다. 모름지기 농업교육은 일반 교육과 달리 상업적이거나 이익 위주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 인력문제
농촌에는 한창 일할 수 있는 청장년이 많지 않고, 거의 고령자들이 대다수를 이뤄 생산의 능률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생활에 지쳤거나 삶을 새롭게 펼쳐보고자 농촌으로 내려온 귀농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귀농은 농촌에 새로운 힘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또한 도회적 감각을 통하여 도시를 상대로 한 농산물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도농 간의 가교 역할 수행으로 농촌사람들이 미숙한 부분을 적극 해결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장점을 농촌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의 농촌에의 정착을 함에 있어서 정부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서로 간에 환경과 인식의 차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땅과 사람에게 적응하는데 있어 적절한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또한 이웃을 따뜻하게 이해하며, 새로운 농업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농업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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