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 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큰 나라 다스림이 작은 생선 지짐 같다. 도를 가지고 천하에 디늘면 굿것도 재주를 부리지 못한다. 굿것이 재주가 없음 아니라, 그 재주가 사람을 상하지 않는 것이다. 그 재주가 사람을 상치 않음 아니라, 거룩한 이가 또한 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둘이 상치 않으니,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이 서로서로 돌아간다. 烹 : 音은 팽. 삶는다, 요리한다는 뜻. : 音은 리. 로도 쓰고 로 쓰기도 하는데 臨과 뜻이 같다. 우리말로는 지금 잘 쓰지 않아 옛말로 돼버렸으나 '디는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뜻. 鬼 : 옛날 사람이 믿었던 눈에 뵈지도 않고 이상한 힘을 지닌 어떤 것. 굿것. 神 : 굿것의 이상한 힘, 재주. 보통은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쓰이나 옛날의 신이라는 생각은 지금의 것과는 다르다.
생선을 지지는 법인즉 건드리면 못쓴다. 건드리면 다 부스러져 그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작은 생선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작은 생선을 지지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나라는 큰 것이지만, 잘못하면 상하기 쉬운 것이 작은 생선 같으니, 정치하는 사람이 특별히 마음을 써서 국민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노자는 다른 데서, 천하는 신기(神器)라 불가위야(不可爲也)라고 했다. 신기란 말은 아주 신비롭고 미묘한 물건이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과 재주로 하려 해서는 안된다. '위자패지'(爲者敗之)라, 재주로 정치하려면 반드시 잘못되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하나? 도를 가지고 하란 말이다. 도는 사람의 지혜와 힘을 초월한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진리다. 정치하는 데 건드리지 말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이 돼가는 것은 스스로 하는 이 도의 힘이기 때문에 거기 잘 순종해가는 것이 사람의 지혜다. 건드리는 것은 사람이 제 재주로 해보려 하는 것이다. 법을 까다롭게 만들고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여서 자꾸 법을 고치고 국민을 번거롭게 하면, 작은 생선의 그 미묘한 맛이 없어지듯이 사람 속에 있는 오묘한 천성이 상해버린다. 그러면 순진한 마음이 없어지고 속이려는 꾀와 서로 믿지 못하고 각박하게 하는 마음만 늘어간다. 그러면 나라는 잘못된다. 그렇게 때문에 어진 정치가가 할 때는 절대 국민을 건드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제 속에 근본 품고 있는 그 인간성에 의하여 행동하도록 한다. 그렇게 국민을 믿고 들어가면 정치가 바로 된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그러한 사람의 재주로써 지배하자 다스리자 하는 생각이 아니고, 아무것도 하자는 생각 없이 도에 따라 하는 태도를 가지고 국민에 임하게 되면 저절로 다스려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제 자리에 평안히 있어서 살기 때문에 굿것조차도 무슨 작폐를 부리지 못한다.
옛날 사람은 굿것이라는 뵈지 않는 이상한 힘을 가진 것이 있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그것들의 장난으로 된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궂은 일이 있으면 그런 굿것을 능히 제어하는 힘이 있는 사람을 불러 그것을 물리쳐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을 굿한다고 했고 그 사람을 무당이라 했다. 여기 노자의 말은 정치가 잘되면 그런 굿것이 궂은 일조차 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설명하기를 굿것이 재주를 부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재주를 부린다 해도 그 재주가 사람을 상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노자는 다시 말하기를 굿것이 재주를 부려도 사람에게 궂은 일이 생기지 않는 까닭은 정치하는 어진 이가 사람을 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과 굿것이 서로 상치 않으니 서로서로 좋은 일이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이것은 현대 과학으로 하면 설명이 아주 잘되는 사실이다. 그 굿것이란 것은 사실 사람들의 심리에 어떤 고장이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데, 과학 지식이 부족한 옛날에는 그것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에 굿것이란 것의 존재를 믿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의 고장은 사뢰생활이 부드럽게 미끄럽게 돼갈 때는 적고 세상이 평안치않을 때에 많다.
오늘날 정신병이 많은 것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 원인이 이 사회에 가지가지의 모순이 있는 데서 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주로 정치에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노자의 이 말은 참 뚫어본 말이다. 어진 이가 국민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가 사람의 연한 천성, 양심을 해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인데, 그러면 굿것이 있어도 장난을 못한다. 즉 사회가 평안하면 사람들의 정신이 고장 일어나는 일 없고, 정신이 고장 없으면 굿것이 작폐를 하는 것으로 믿을이만큼 사람을 불안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의 요점은 사람을 건드리는 정치 하지 말라. 다시 말해서 국민을 다스리려는 몰아치려는 국가주의, 정치주의의 정치하지 말라는 말에 있다. 이러고 보면 오늘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비뚤어지고 미신이 성하고 가짜 종교가 많은 까닭을 알 수 있다.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 정치가 그 근본 원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해방 후 우리나라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을 걱정해서 어떻게 하면 산림 보호를 잘할 수 있을까 해서 영국에서 그 전문가를 초빙해왔던 일이 있었다. 아주 나이 많은 노인이었는데 와서 정부의 부탁대로 이곳저곳의 산을 많이 돌아보고는 돌아가면서 마지막에 준 말이 명답이었다.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해라!" (Let them leave it untouched!) 참말 옳은 말이다. 공연히 조림한다고 해마다 돈 쓰고 사람 고생시키고 하지만 그럴 것 없다. 건드리지만 말아라. 그러면 산림은 저절로 무성해진다. 어리석게, 심는다고 떠들지 말고 자연이 심어주고 길러주는 것 방해나 하지 말란 말이다. 잘못이 땅에도 하늘에도 있지 않다. 하늘 땅은 나무를 무한으로 길러내는 힘이 있다. 사람이 아무리 해고 그보다 더할 수 없다. 사람이 자연의 하는 것을 자꾸 망가뜨리기 때문에 나무가 성하지 못하는 것이지, 다른 무슨 까닭이 있는 것 아니다. 재주 모자라는 줄로 알 필요 없다. 건드리지 마라. 묘하고 연한 인간성을 자연대로 두어라! 사람은 다 속에 옳은 일 하고 나라 사랑 하잔 인간성을 지니고 잇다. 정치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라 하늘이 주어서 가지고 있다. 소위 정치가 한다는 것은 거기 방해가 될 뿐이다.
오늘 세계는 서양식 정치 사상이 그 폐해를 극도로 드러내는 때다. 이런 때에 건드리지 말라는 말은 아주 그 병의 바른 데를 찌르는 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 성격에 결함이 많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은 여러 백년 잘못된 정치 밑에서 생긴 나쁜 버릇이다. 이것을 고쳐야 하는데 해방 후 새 역사라 하기는 하면서도 국민 성격은 더 못쓰게 됐다. 이것이 다 사람을 가만두지 않고 건드리는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정치하는 사람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서 재주보다 원리 원칙을 믿어야 하고, 국민은 또 이것을 알아 설혹 정치가 건드리고 못살게 굴더라도 절대 건드림을 받지 않는 정신을 길러야 할 것이다. 즉 스스로를 작은 생선으로 알고 지켜야 한다. 그 작다는 데 깊은 진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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